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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화장실까지 쫓아와 성추행”… 女홈리스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 - 국회의원 최도자 - 미디어룸 -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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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화장실까지 쫓아와 성추행”… 女홈리스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

“낮에 잠을 많이 자고 밤에는 계속 돌아다니지. 가만히 있으면 해코지 당할 수 있어.”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지난 14일 서울역 앞 광장 구석진 곳에 앉아있던 노숙인 김혜영(가명, 40, 여)씨는 이같이 말하며 웅크린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그녀는 두꺼운 겨울 외투가 아닌 얇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때가 낀 낡은 베개와 옷가지 등이 산처럼 쌓여 놓여있었다.

올해 마흔 살인 김씨는 2년전, 암으로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냈다. 이후 쪽방촌을 전전하던 김씨는 돈이 떨어져 최근에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자식은 없고 남편과 둘만 살고 있었다”며 “남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집을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보금자리는 서울역 앞 광장 구석이다. 강추위가 이어지는 날엔 역이나, 서점 등에서 몸을 녹인다. 해가 떨어지면 무료 급식소를 찾는다. 씻는 건 늦은 저녁, 인근 공원 공중화장실에서 해결한다. 그는 여느때와 같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다 최근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 

김씨는 “공원화장실에서 씻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한 남성 노숙인이 들어왔다”면서 “문을 닫더니 갑자기 가슴하고 다리를 만지려고 해 거부했더니 얼굴을 때렸다. 큰일은 당하지 않고 도망쳤는데 이후로 한동안 공중화장실에 가지 않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은 날, 영등포역 인근에서도 여성 노숙인을 만날 수 있었다. 40대로 보이는 여성은 은색 손수레를 끌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손수레 안에는 신문지, 비닐봉지, 옷가지 등으로 추정되는 물품이 가득 차 있었다.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여성은 역내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우산을 펴고 앉았다. 기자가 다가가 우산을 왜 펴냐고 물어보니 그는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무서워서”라고 짧게 답했다.

흔히 거리 노숙인 하면 대개 남성 노숙인의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여성 노숙인도 있지만 거리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과연 우리사회 여성 노숙인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14일 서울역과 영등포역 일대 거리에서 여성 노숙인을 만나봤다.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리와 시설에서 지내는 전체 노숙인 1만 1340명 중 남성 노숙인은 8335명(73.5%), 여성 노숙인은 2929명(25.8%)으로 추정된다.

남성에 비해 여성노숙인의 수는 한참 적지만, 4명 중 1명꼴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노숙인 실태 조사가 과소 추정됐다”고 지적한다. 통계로 잡히지 않는 여성 노숙인의 수를 센다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왜 거리로 나오는 것일까. ‘서울시 노숙인 정책의 성별영향평가 보고서’를 살펴보면 여성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46.7%)과 함께 가정폭력과 친족 성폭력, 정신질환에 의한 갈등 등 가족문제(43.3%)로 인한 사회적 요인이 가장 많았다.

실제 서울역 지하차도 인근에서 만난 최정순(43, 여)씨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 후,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그는 “10년을 공사장에서 일하고 쪽방촌에 거주했다”고 말했다.

거리로 나와 오래 생활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다. 여성 노숙인의 경우, 89~90%가 심각한 우울증, 조현증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대부분의 여성 노숙인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위협이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력이 상실돼 있거나, 위험을 인지하더라도 공권력 등에 도움을 청할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여성 노숙인은 폭력과 성폭행, 금품갈취, 협박 등 각종 위험에 쉽게 노출되며 범죄의 ‘타깃’이 되고있다. 지난해에도 경남 거제에서 20대 남성이 50대 노숙인 여성을 잔인하게 구타해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여성 노숙인의 대다수는 성범죄를 당해도 신고를 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국내 노숙인 지원 서비스는 남성 노숙인을 중심으로 구축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 노숙인을 위한 전용시설이 미비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 최도자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노숙인 시설은 118곳, 정원이 1만 359명인데 반해 여성 노숙인을 위한 전용시설은 정원대비 9.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노숙인 대다수가 정신질환이 있거나 가정폭력, 성폭력 등으로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여성 노숙인 전용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의원은 “여성 노숙인은 위험에 더 노출되기 쉬우므로 이들을 위한 전용 보호시설을 확충할 필요성이 크다”며 “이들이 다시 지역사회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심을 가지고 자활 등 관련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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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화장실까지 쫓아와 성추행"...女홈리스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 천지일보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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