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국립중앙의료원 화장실에서 남자 간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숨진 간호사의 머리카락 등에서 졸피뎀·모르핀·페티딘 등 마약류 의약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2016년 화순 전남대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역시 마약류 의약품인 페치딘을 빼돌려 10여 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병원이나 보건당국이 적발한 것이 아니라 간호사가 자진 신고해 드러난 것이었다.
이처럼 프로포폴·졸피뎀 등 마약류 의약품 관리·감독 부실로 인한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지만 의료기관이 집중된 서울시의 마약류 의약품 관리 인력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을 비롯해 일부 연예인들의 마약 복용 사실도 함께 밝혀지면서 당국의 마약류 관리 인원 부족 등이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가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에게 제출한 '2018년 서울시 마약류 의약품 관리 현황'에 따르면, 1만3243개에 이르는 병·의원을 관리·감독하는 보건소의 마약류 감시원 인력은 73명으로 나타났다. 보건소 직원 1명당 181개의 병·의원을 관할하는 셈이다.
마약류 의약품은 시·군·구 보건소가 관리·감독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4월 '마약안전기획관' 직을 신설했지만, 이 자리는 마약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지난해 5월 도입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마약류 의약품 유통 현황을 파악하는 역할이 중심이다. 또 광역지자체 역시 기초지자체의 관리 현황이나 통계를 취합하는 역할만 수행하고 있어 보건소 단위의 취약한 관리·감독을 보완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성형외과 등이 몰려있어 관리 대상 병·의원이 2192개에 이르는 강남구 관할 마약류 의약품 취급 병·의원을 관리·감독하는 인원은 4명이었다. 그나마 전담 인력은 1명뿐이며 나머지 3명은 다른 업무와 겸임하는 인력이었다. 한 사람당 548개 의료기관을 도맡는 것이다. 도봉구도 1명 혼자 관할구역내 263개 병·의원을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관리·감시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마약류 관리 부실에 대한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최도자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강남구에서 마약류 의약품 관리를 위해 의료기관을 점검한 1058건 중 담당 공무원이 직접 점검한 경우는 15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908건은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 의한 자율 점검이었다. 그러다보니 2018년 점검 중 적발된 23건 가운데 관리대장 미작성·허위작성·미보존 등 기록위반 관련이 13건으로 대다수였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담당 인력들은 1인당 평균 1년에 약 200여개의 업소를 점검한다"면서 "피부과, 성형외과 등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관에 대한 기획점검이 대다수며, 그 외의 수시 조사는 많지 않다"고 했다. 다른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보건소 공무원 숫자는 더 적은데 반해 관할해야하는 지리적 범위는 더 넒어 문제가 더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거나, 단속·관리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의원은 "마약류 의약품 관리·감독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 보건소가 아닌 제3의 기관에게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하거나, 담당 인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면서 "식약처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주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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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약류 줄줄 새는데..강남보건소 직원 1명이 병원 548개 관리 조선일보 201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