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각개전투에 혹한기 집짓기…신입행원 연수? 가혹 행위?
최도자 의원, 국내 은행 6곳 ‘가학적 신입 연수’ 공개
국내 대다수 시중 은행들이 헬기레펠, 서바이벌 훈련, 철야행군 등 군대 훈련에 버금가는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을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논란이 된 KB국민은행의 ‘피임약 동원 100㎞ 행군’이 개별 은행의 일탈이 아니었던 것이다. 은행권의 후진적 군사문화를 없애고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혹한기 통나무집 짓기까지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17개 은행에서 제출받아 28일 경향신문에 공개한 ‘지난 5년간 신입직원 연수시간표’를 보면 KB국민·농협·산업·우리은행 등 6개 국내 은행이 가학적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34.5㎞ 코스의 11시간 오대산 저녁산행을 신입직원 연수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
광주은행은 1박2일 해병대 캠프 참여를 연수 프로그램에 넣었고 농협은 ‘1박2일 야생투어’란 프로그램명으로 신입직원들에게 혹한기 통나무집 짓기, 서바이벌 훈련, 산악훈련 등을 시켰다.
산업은행은 혹한기 소백산 산악훈련을 연수에 포함시켰고, 대구은행은 영남알프스, 낙동강 지역을 2박3일 걷도록 했다. 특히 대구은행은 2015년 신입사원들을 50사단에 입소시켜 제식훈련, 각개전투, 헬기레펠, 유격훈련 등 군사훈련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앞서 100㎞ 야간행군을 시키며 여성 행원들에게 피임약을 지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외국계 은행들에서는 과격한 연수 프로그램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일부 은행에 군사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의원은 “육체적 고통의 인내가 곧 정신력 무장이라는 잘못된 신화가 군사정권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신입직원들은 교육을 빙자한 가학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 연수기간 중 최저임금도 안 지켜
일부 은행들은 연수기간 중 최저임금법도 위반했다. 또 17개 은행 중 신입사원들의 연수기간 내 야간 및 주말 근무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연수기간 동안 야간 및 주말 수당을 별도로 책정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우리은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동안 진행한 연수 과정 동안 5만원의 일비를 지급했다. 10시간 근무로 봐도 최저임금 기준(2017년 6470원)에 못 미친다. 대구은행은 8주 동안 진행되는 교육 과정의 급여로 70만~80만원을 지급했다. 1주당 10만원 수준인데 일당으로 2만원 이하를 지급한 것으로 역시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교육이 진행됐다.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은 크리스마스와 일요일에도 정규교육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농협은 일부 일요일에 ‘1박2일 야생투어’와 봉사활동, 운동회 등을 편성했다.
근로기준법 정비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현행법상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 등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은행 혹은 기업들이 가학적인 프로그램을 포함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교육의 범위와 처우에 대한 기준을 근로기준법 등에 규정해 사회적 약자인 신입직원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미담의 황은오 노무사는 “야간·주말 근로의 경우 직원의 동의 및 별도의 수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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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각개전투에 혹한기 집짓기…신입행원 연수? 가혹 행위? 경향신문 2018.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