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무늬만’ 1회용 점안제 퇴출 ’실패’ … 이유는?
고용량 제품 처방액 상위권 … 약사법 위반 소지도 … 국회에서도 문제삼아
강북삼성병원 최철영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42명에게 10시간 동안 3회 이상 인공눈물을 사용하게 한 뒤 용기에 남아 있는 용액의 오염 여부를 확인한 결과 5명(2%)에서 미생물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동근 기자] 의약품 문헌 재평가에서도 문제가 된 ‘무늬만’ 1회용 점안제가 실제로는 퇴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현상의 이유는 수익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1회용 점안제의 허가사항을 강화했다. 2016년 1월10일부터 판매되는 일회용 점안제의 용기나 포장에는 ‘점안 후 남은 액과 용기는 바로 버린다’, ‘개봉한 후에는 1회만 즉시 사용하고, 남은 여과 용기는 바로 버리도록 한다’는 내용을 용기나 포장의 설명서에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식약처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재사용이 가능토록 ‘리캡’이 가능한 점안제 제품들이 여전히 시장에서는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용량 2~3배 제품들이 처방액 상위권, 이유는?
업계에 따르면 1회용 점안제의 적정 용량은 0.3~0.4ml다. 실제 1회 사용량은 약 0.3ml 정도이며, 용기에 남아 손실되는 양을 감안해도 0.4ml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처방 상위처방액 리스트에 올라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0.3ml의 2~3배 용량이다.
게다가 이 제품들은 처방액이 거의 감소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식약처의 ‘무늬만’ 1회용 점안제‘ 퇴출이 실패한 것이다.
업계 1위 제품인 디에이치피 코리아의 ‘티어린 프리 점안액 0.8ml’의 처방액은 2015년 하반기 55억7013만원에서 2016년 상반기 55억2543만원으로 소폭(0.81%) 감소하는 데 그쳤다.
태준제약 ‘뉴히알유니 점안액 0.15% 0.9ml’는 같은 기간 51억9339만원으로 무려 25.08% 급증했으며, 삼천당제약 ‘하메론 점안액 0.9ml’으로 41억3503만원으로 3.21%, 국제약품 ‘큐알론점안액 0.3% 0.8ml’는 22억7924만원으로 9.83%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은 대우제약, 대한약품, 동성제약, 바이넥스, 일동제약, 태준제약, 한미약품, 한국콜마, 휴온스 등(이상 가나다 순)에서 생산중인 제품도 비슷하다.
재사용 가능한 ‘리캡 디자인’, 법 위반 소지도 있어
이들 0.8ml 용량 제품들은 대부분 리캡이 가능하도록 용기가 디자인돼 있다. 얼핏 보기엔 1회용이지만, 꼭지를 딴 뒤 이를 다시 결합해 사실상 뚜껑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식약처가 변경한 지시사항인 ‘점안 후 남은 액과 용기는 바로 버린다’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최초로 국내에서 판매된 1회용 점안제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논 리캡’(non re-cap) 제품이었지만 나중에 국내 제약사가 소비자의 편의성을 내세워 리캡(re-cap)이 가능한 제품을 출시한 것”이라며 “리캡 제품들은 고용량으로 제조돼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었고, 제조원가면에서도 훨씬 이익이 돼 결국 1회용 재사용이 관행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리캡 용기는 법 위반 소지도 있다. ‘용기가 포장이 그 의약품의 사용 방법을 오인하게 할 염려가 있는 의약품’을 제조 및 금지한 약사법 62조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물론 제약사들은 저용량 리캡도 출시했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은 저조한 편이다.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한 고용량 제품이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한 의사들의 처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고용량 제품의 제조판매 중단 외에는 해답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지적 … 공은 이제 식약처로
고용량 리캡 가능 점안제 문제는 국회에서도 문제가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은 7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사용자 80.9%가 일회용 점안제를 재사용하고 있다”며 “용기나 포장이 그 의약품의 사용 방법을 오인하게 할 염려가 있는 의약품의 제조 등을 금지하고 있는 약사법 제62조 제10호 위반과 1회용 점안제 용기는 한번 개봉 후 재사용이 불가능한 용기를 뜻한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이드라인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식약처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의약품의 제조 판매에 대한 근본적인 시정조치 없이 사용설명서 내 문구 삽입 조치를 취한 것은 정부기관이 스스로 인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복지위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은 “제약사들이 고용량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높은 건강보험 가격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1회 사용할 수 있는 0.3~0.4㎖ 인공눈물은 개당 130원에서 223원이고, 여러번 사용되는 0.9~1.0㎖ 인공눈물은 개당 410원에서 444원이다. 만약 모든 인공눈물 제품을 저용량으로 바꾼다면 현행 약가제도 하에서 산술적으로만 보면, 제약사는 최대 71%의 매출 손실이 발생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요구로 실태파악을 위해 10월11일까지 각 제조업체에 1회용 점안제 관련 의견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이익과 소비자들의 편의성 때문에 비정상이 정상이 된 것”이라며 “식약처가 약심에서 결정한 행정조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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