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레수액 이유있었네…생수보다 싼 수액
500㎖ 수액제 가격 1200원, 수액세트 300원·주사기 50원…에비앙 생수값은 1600원
최저가입찰 탓 헐값 납품, 벌레수액세트 속출 비상…적정수가보전 필요 목소리

며칠 뒤에는 아주대의료원에 납품된 수액세트에서 매미 성충이 나오기도 했다. 다음날 식약처는 수액세트 제조사인 세운메디칼을 조사했고 관련 제품 3600개를 전량 폐기했다.
응급실을 가거나 입원할 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받는 기본 처치인 링거(수액) 관련 제품의 위생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수액주머니와 주삿바늘을 연결해 수액 공급 속도를 조절하는 작은 연결관인 수액세트에서 이물질 발견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을 통해 투여되는 수액은 혈액을 따라 뇌와 심장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오염되면 큰 의료사고를 부를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들어 9월 현재까지 총 427건의 의료기기 이물 혼입 사례가 신고됐다. 이 중 주사기는 136건, 수액세트는 110건이었다. 벌레가 유입된 것은 주사기 3건, 수액세트 4건으로 총 7건이었다.
의료업계에서는 수액세트 불량 문제가 속출하는 근본 원인이 품질보다 단가를 따지는 경쟁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병원이 수액세트를 최저가 입찰로 구매하기 때문에 업체마다 헐값으로 수액을 납품하는 관행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주사기의 병원 납품가격은 50원 내외, 수액세트는 300원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납품가격을 맞추기 힘들어 해외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해 들여오는데 무균시설 등 첨단 장비가 미비한 곳에서 만들어져 안전 관리에 구멍이 생길 개연성이 크다.
품질검사도 점검 장비를 사용하기보다는 일부 제품만을 무작위로 선별해 육안으로 상태를 확인하다 보니 이물질을 발견해내기 쉽지 않다.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액' 자체 값도 원가 보전이 쉽지 않을 만큼 낮다는 지적이다. 퇴장방지의약품(시장에 꼭 있어야 하는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만 가격 산정 기준이 '이익가격'이 아닌 '생산원가'로 결정되기 때문에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 기초수액제(0.9% 생리식염수) 납품가는 500㎖ 기준으로 개당 약 1200원 선으로 같은 크기의 에비앙 생수(1600원)보다 저렴하다.
이처럼 원가를 맞추기 쉽지 않아 대다수 제약사가 수액 제조를 꺼려 JW중외제약, 대한약품, CJ헬스케어 3곳이 수액 국내 공급의 9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또 기초수액제는 값은 싼데도 부피가 커서 저장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이 때문에 대형병원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창고를 최소화하는 추세이고, 중소병원은 창고조차 없는 곳이 태반이라 제약사와 병원 간 일일 직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거래하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배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퇴장방지의약품은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우는 이렇지만 수요가 많기 때문에 대규모 전염병이 유행하거나 전쟁 상황 시 공급대란이 발생할 우려도 크다. 기본적인 의료제품이어서 평상시에도 주요 제조사들의 수액 공장 가동률은 100%를 넘는다. 따라서 비상 상황에는 신속한 증산이나 적재적소 운송이 여의치 않다. 기초수액제제는 정부의 비축 대상에 들어가 있지도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입원 환자 중 90% 이상이 수액을 맞을 만큼 위급 상황에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기초수액제"라며 "국가 필수의약품 지정이나 비축 의약품으로 관리되지 않아 비상 상황 시 의료대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의료기관에서 약 1억6200만개의 기초수액제가 사용됐고 건강보험으로 청구된 금액은 1600억원 정도다.
수액 이물질 사고 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액세트에 대한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 의원은 "주사기와 수액세트 제조업체의 경우 연매출 10억원 이하가 약 67%, 종사자 20명 이하가 49.4%로 제조업체 대부분이 영세해 전문인력·시설 등 품질관리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제조사 간 경쟁이 치열한 데다 별도의 보험수가가 적용되지 않은 채 최저가 입찰로 인해 마진이 적어 법 위반행위가 나타날 개연성이 커진다"며 "국내 생산업체가 전문인력과 시설을 확보하고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주사기·수액세트에 대한 적정수가 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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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수액 이유있었네... 생수보다 싼 수액 매일경제 2017.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