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십자사, 100억원어치 구매 혈액백 알고보니 '부적격'
'최종낙찰' 녹십자, 30년간 적십자사에 혈액백 공급…'유착' 의혹 제기도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사)가 올해 4월 국내 의료품 제조업체와 구매계약을 체결한 100억원대 규모의 혈액백(혈액저장용기)은 '부적격' 제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코노믹리뷰> 취재결과 확인됐다.
특히 적십자사는 이번 구매를 위해 입찰을 진행하면서 공고를 무시하고 해당 업체를 선정한 데다, 해당 제품에 대한 이의 제기가 있었음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서둘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게다가 최종 선정업체는 지난 30년간 적십자사에 혈액백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적격' 제품이 그동안 얼마나 공급·유통됐는지 확인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는 "제조과정은 업체 소관"이라고 했고, 해당 업체는 "선정 주체는 적십자사"라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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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혈액백 '수상한' 포도당 결과값
그런데 적십자사가 최종 선정한 녹십자 혈액백이 '부적격' 제품일 가능성이 높은 정황이 나왔다.
핵심 쟁점은 혈액백 내 혈액보존액 구성 성분인 포도당 수치다. 일반적으로 국내 의료제품은 미국 약전(USP)에 따라 제조되는데, USP 기준으로 '적격' 혈액백(CPDA-1)의 포도당 함량 적정 범위는 30.30~33.50g/ℓ다. 적십자사가 공고한 '혈액백 품질평가 안내문'에도 USP를 따르고, 같은 범위값이 명시돼 있다.
포도당은 혈액 속 적혈구의 먹이로, 혈액백 내 포도당 함량은 적어도 문제지만, 많아도 문제라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USP에 따라 혈액백을 제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코노믹리뷰>가 최근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적십자사의 '혈액백 품질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녹십자 혈액백 포도당 함량 수치는 31.07~31.75g/ℓ로 '적합' 판정을, 카비의 경우는 28.58~28.97g/ℓ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시험 방법은 HPLC(고속액체크로마토그래프·이하 크로마토법)이며, 판정기준(30.30~33.50g/ℓ)은 USP를 따랐다.
그런데 적십자사가 이번 입찰 참여업체에게 제출토록 한 자체 시험결과보고서(이하 보고서)에는 두 업체 모두 포도당 함량 수치가 판정기준에 부합했다. <이코노믹리뷰>가 입수한 두 업체의 보고서 포도당 결과값은 녹십자의 경우 31.823g/ℓ, 카비는 30.94g/ℓ였다. 두 업체 모두 시험 방법은 USP법(환원당법)으로 동일했다.
USP법으로 시험했을 경우 두 업체의 결과값은 '적합'이었는데, 적십자사의 크로마토법으로 했을 때에는 녹십자는 '적합', 카비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시험방법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는 걸까. 학계에서는 크로마토법과 USP법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포도당 함량 시험법으로, 두 시험법의 결과값은 달라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적십자사의 품질평가 결과보고서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는 두 시헙법의 결과값은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검출대상'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장진성 적십자사 품질평가관리팀장은 "USP법과 크로마토법의 결과값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다만 USP법은 환원당을 검출하는 방법이고, 크로마토법은 각각의 단당류를 구별해 측정하는 방법이라서 검출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팀장은 "이번 평가는 크로마토법에 의해 포도당과 과당을 구분한 뒤 포도당만의 결과값을 반영했다"고 했다.
적십자사의 해명을 요약하면, 크로마토법은 환원당을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리하는데, 품질평가는 과당을 뺀 포도당만의 결과값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이다. 환원당은 포도당을 비롯한 모든 단당류를 포함하는 당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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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적십자사, 100억원어치 구매 혈액백 알고보니 '부적격' 이코노믹리뷰 2018.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