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의 화장장 서울시립승화원에 소형 운구차 한 대가 도착했습니다. 사망 후 가족과 친족이 없어 비영리단체가 대신 장례를 치러 주는 무연고자들입니다. 올해 들어서 서울에서만 벌써 256번째입니다(9월 9일 기준).
한 달여 전 서울의 한 노숙인 재활 시설에서 홀로 지내다 정맥류 출혈로 병원에 입원했다 숨진 54살 김형식(가명) 씨와 2주 전 패혈증으로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숨진 62살 김선희(가명) 씨. 두 사람은 생면부지 사이였지만, 죽어서는 함께 장례를 치르게 됐습니다.
무연고자라는 이유로 연고가 없는 사람과 장례를 치러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서울 지역 무연고자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무연고자 사망자가 382명입니다. 휴일 등을 제외하면 하루 1명 장례를 치르기도 버거운 셈이죠."
두 평 남짓 추모 공간, 영정 사진도 없이 두 사람의 이름이 적힌 위패가 나란히 놓였습니다. 잠시 후 이어지는 추도사. "같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았을 당신을 외롭게 보내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장례지도사와 종교인, 자원봉사자들은 연고자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영면을 기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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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사이 2배로 늘어난 무연고자 사망자...고독사는 통계조차 없어
박 씨처럼 비혼 가구나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은 점점 증가 추세입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584만 가구로 전체 가구 중 29.3%를 차지했습니다. 2000년 당시 1인 가구가 222만 가구였으니까, 20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한 셈입니다.
무연고자 사망자 수도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00여 명이었던 무연고자 사망자 수는 지난해 2,400여 명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무연고자 사망자 가운데 절반가량은 주변 사람과 단절된 채 임종을 홀로 맞는 '고독사'로 추정되는데, 법적 개념이 정립되지 않다 보니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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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남'이 된 '아내'.."장례도 못 치러" KBS 201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