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 부추기는 ‘소포장 담배’
3갑 사면 9000원에 총 42개비
20개비 4500원 2갑보다 ‘이득’
가격 싸고 크기 작아 쉽게 구입
한 갑에 14개비가 들어있는 ‘소포장 담배’가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고 있다. 소포장담배는 가격이 3000원으로 저렴하고, 부피도 작아 휴대하기 편해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담배를 팔 때 주민등록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담뱃값 부담이 줄어들면 청소년들은 더 쉽게 담배를 살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국제사회의 담배규제 기본협약(FCTC)은 소포장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005년에 이미 협약에 가입했으면서도 해당 조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
김모(18) 군은 지난 23일 평소처럼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친구와 함께 소포장 담배 한 갑을 샀다. 김 군은 “집이나 학교 인근 편의점에서 소포장 담배만 구매한다”며 “친구 몇몇이 용돈을 조금씩 보태 3000원이면 담배를 살 수 있으니 애용한다”고 말했다.
김 군은 “지난해 담뱃값이 올라 담배를 끊을까도 생각했는데, 저렴한 가격대의 담배가 나오니 금연할 동기도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문모(여·18) 양은 한 달 용돈으로 받는 20만 원 중 대부분을 담뱃값으로 지출한다. 문 양은 “4500원짜리 일반 담배(20개비) 두 갑을 사는 것보다 같은 가격으로 3000원짜리 소포장 담배 세 갑을 사면 2개비가 더 많아서 이득”이라고 말했다. 관악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모(여·20) 씨는 “청소년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이 담배를 살 때 80%는 가격 부담이 덜한 소포장 담배만 찾는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담배제품 접근성을 높이는 개비 또는 소량 단위 담배 판매를 금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FCTC 16조에 따라 현재 세계 96개국은 소포장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 청소년 흡연율은 지난해 기준 7.8%였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소량 포장 담배를 금지하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은 “소포장 담배를 법률로 강력히 규제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담배 회사에서 한 갑에 10개비짜리 담배를 출시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도 담배를 사기 더 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시장 점유율을 높일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가격을 낮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FCTC에서 금지하는 담배 판촉 행위”라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20개비 이하 포장 판매와 광고·판촉·후원을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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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흡연 부추기는 ‘소포장 담배’ 문화일보 | 2016. 10. 28.